2009년 연세대학교 HCI 랩 서머 인턴 수기
HCI 이야기 | 2009/09/13 20:08
2009년 섬머 인턴으로 참여했던 이필성 군의 무지무지 긴 인턴 수기입니다. 이 수기로 HCI lab 인턴이 되면 어떤 고생(?)을 하게 되시는 지 감이 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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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안녕하세요, 2009년 여름 연세대학교 HCI LAB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갓 수료하고 지금은 새 학기 맞이에 정신이 없는 전직 인턴 연구원 이필성입니다. 만 두 달 간의 치열했던 인턴 과정을 수료하고 김진우 교수님과 연구진, 그리고 저희 인턴 연구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닭볶음탕과 보쌈을 먹으며 뒤풀이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교수님의 임무 하달에 이렇게 키보드를 들어 제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여름을 찬찬히 기록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 에게는 인턴 연구원 기간을 되돌아 보며 제가 어떠한 활동을 했으며 또 무엇을 배웠는지를 짚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며,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HCI 랩의 인턴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는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우리 랩을 경험해 보는 데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Phase 0 ; HCI 신생아 이필성
HCI 랩에 대하여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2009학년도 1학기 김진우 교수님의 HCI 개론 수업을 들으면서였습니다. 학기가 시작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님께서 수업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HCI 랩 서머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당시만 해도 HCI 라는 학문을 처음 접해본 상황 이었고, 또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는 이야기에 크게 흥미를 갖지 않았습니다. 허나 학기가 진행 되고 HCI 에 대해 조금씩 배우게 되면서 저는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인턴십 프로그램이 저의 그러한 요구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수님과의 면담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제가 갖고 있는 비전, 향후 인생 설계에 대한 가치관, HCI 분야에 대한 생각 등을 말씀 드렸고, 교수님께선 인턴십 프로그램이 저에게 많은 배움을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학 생활을 해오면서 뭔가 제대로 된 학과 공부 외 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둘도 없는 기회라고 여겼기에 꼭 인턴십 어드미션을 받고 싶었지만, 혹여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HCI 랩에 관심이 있는 다른 지원자 분들의 기회를 뺏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 우려 되기도 하였기에 낙방 하더라도 크게 상심은 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자기소개서와 학업 계획서를 작성 하였습니다. 여기서 말씀 드리고 싶은 건 HCI 랩 입실을 고려하시는 분 이라면 꼭 사전에 교수님과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부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HCI 랩과 실제로 자신이 입실 한 후의 HCI 랩의 모습은 다를 수 있으며, 같은 HCI 분야를 연구 하더라도 여러 학교에 소속된 연구실들 마다 다른 시각과 방법론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이 우리 연구실의 연구 방향과 일치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지 혹은 자신이 공부 하고 싶어 하는 HCI 분야를 효과적으로 우리 연구실에서 배워 갈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교수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 보고 인턴십 지원을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인턴십 지원을 위한 서류는 자기소개서와 학업 계획서 인데, 가능한 한 자세하게 자신에 대해 기술하고 많은 생각을 담는 것이 교수님께서 지원자를 이해하고 공정한 평가를 내리시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전 학부 2학년으로서 장기적인 학업 계획을 뚜렷하게 세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통해 저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나온 작품(?) 이 장장 15페이지에 달하는 자기소개서였는데, 아마 제 인생을 제 기억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자세히 썼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입니다. 탄생부터 초중고 학창시절, 대학 생활, 군생활 그리고 HCI 를 접하기 까지를 상세히 서술하고, 그 중 저의 삶과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일들에 대해 교수님께 말씀 드려서 자기 소개서 만으로도 ‘이필성’ 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학업 계획서에선 간략하게나마 제가 생각하는 선에서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저의 학업 및 인생 커리어를 서술 하였습니다.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써서 교수님께 드린 지 며칠 뒤 드디어 교수님으로부터 인턴 연구원으로 입실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무척 기쁘고 들떴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걱정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수많은 영어 논문 리딩과 프로젝트 참가 등으로 잠도 줄여야 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가 될 테니 남은 3일 이나마 푹 쉬고 오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앞으로 두 달은 상당히 고달픈 시간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6월 22일이 다가오고 저의 연구실 생활은 그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Phase 1 ; 6월 22일 HCI 랩 미팅을 시작하겠습니다.
6월 22일 월요일 아침 8시 50분, 상대 본관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상용이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지난 개론 수업에서 안면이 있던 사이라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같이 연구실로 향했는데, 둘 다 상당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 했던 것 같습니다. 연구실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지난 번 면담을 했던 큰 테이블 두 개가 있는 방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프리젠터는 피티를 띄우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맨 뒷자리에 계신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교수님께서 인턴을 뽑게 되었으니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연구원들에게 하시고, 각자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이번 서머 인턴은 총 5명 이었는데, 제일 큰 누나이며 미국에서 디자인 스쿨을 마치고 한국에서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 몸 담고 있었던 나정 누나,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티맥스 소프트웨어에서 일하던 혁기 형, 연세대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마지막 학기를 준비하고 있는 주희 누나, 저보다 한 살 어리지만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 하여 학번이 같은 경영학과 상용이, 그리고 복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한참 헤매고 있던 경영학과인 저로 구성 되어 있었습니다. 나이 순서대로 인턴 1,2,3,4,5 를 결정하고, 즉석에서 각자가 들어가야 할 팀이 결정 되었습니다. 현재 연구실에는 3개(혹은 3.5개?) 의 팀이 운영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차후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랩장이셨던 소령 선배 (현재는 선재 선배가 랩장을 맡고 계십니다.) 께서 저희의 향후 일정과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야 할 여러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해주셨고, 그 이후엔 바로 일상적인 랩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랩미팅이 무엇이냐면 우리 HCI 랩의 전체 미팅 성격을 갖는 것인데, 매주 월요일 아침에 전 연구원이 참석하여 지난 주 한일과 이번 주에 할 일을 공유하고, 교수님과의 팀미팅 약속을 잡으며, 지난 주에 리뷰한 논문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리뷰 하는 논문은 매주 랩미팅 직후에 결정되어 배포되며 발표자는 연구원 1명과 인턴 2명으로 이루어 졌는데, 각 팀에서 하는 연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HCI 방법론과 관련된 논문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연구에만 치중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기에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팀 미팅은 무엇인가 하면, 말 그대로 각 팀들이 교수님과의 미팅 시간을 갖고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상황을 보고 드리고, 크리틱을 받는 시간입니다. 월요일이 랩 미팅 이라면 나머지 평일 오전은 각 팀의 팀 미팅으로 시간이 채워지고, 교수님께서 오전에 공식 일정이 있지 않으신 한 일반적으로 수, 목, 금에 각 팀들이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 팀 미팅 이라는 것이 듣기보다 고달픈 과정인 것이 인턴 연구원의 필수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이 팀 미팅에 빠짐없이 모두 참석하는 것 입니다. 보통 9시에 시작하여 짧으면 2시간 길어지면 3시간 4시간이라도 이어지는 마라톤 미팅이라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기존 연구원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겨운 일이기 때문에, 연구 사정을 모르는 초반엔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어렵고, 연구를 조금 접하게 된 후반엔 자신이 속한 팀과 상관없는 다른 팀의 발표를 듣고 커멘트를 하려고 하니, 이미 머리 속이 자신이 속한 팀의 연구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무것도 모르던 초기에는 팀미팅에서 다른 팀의 연구내용에 활발한 크리틱을 했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크리틱이 잠잠해진 경향이 인턴 연구원 모두에게 있었던 듯 합니다. 교수님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게 선무당 정신 인데, 역시 무식하면 용감해지나 봅니다. 아, 여기서 추가적으로 또 설명 드려야 할 것이 두 달로 이루어진 인턴 기간 동안 첫 3주는 각 세개의 팀을 로테이션으로 배치되어 경험을 해보고 나머지 기간에는 한 팀에 정착을 하여 연구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로테이션 방식이라든가 모든 팀미팅 참석 역시 인턴 연구원에게 빨리 연구실 상황을 파악하게 하고, 폭 넓은 시각을 갖추게 하기 위한 교수님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첫 랩미팅이다 보니 연구원들과 인턴들의 소개를 받고 이름 외우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거기에 연구 과정, 논문 발표 (다른 연구원들에겐 일상이긴 하지만) 까지 들으려니 온통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저흰 11시가 되자 지하 강의실로의 이동을 지시 받았습니다. 바로 HCI 개론 계절 수업을 듣기 위해서 인데요, HCI 랩에 들어오면서 개론 수업 정도는 들어보거나 교수님의 HCI 개론 책을 읽고 오는 인턴도 있지만, 전혀 무지한 상태로 오는 인턴도 있기 때문에 랩의 인턴 프로그램에는 HCI 개론 스터디가 필수 항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저와 주희 누나, 상용이는 이미 직전 학기에 HCI 개론을 들었지만, 딱히 개론에 대해 잘 안다고 볼 수도 없었고, 교수님 제자 출신이신 이인성 박사님 수업이었는데, 교수님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HCI 개론을 들었던 것이 저희에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청강이고, 다른 연구실 일이 힘들다 보니 처음에는 약간은 귀찮게 느껴졌던 것이 나중에는 수업시간이 휴식시간으로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인성 박사님은 연구실에 아주 오래 계시면서 HCI 랩에서 석사와 박사를 모두 마치신 분인데 저희의 인턴 생활 초기에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셨습니다. 인성 박사님과의 잦은 술자리를 통해 연구실 돌아가는 것이라든지, HCI 연구에 있어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이후 인턴 생활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Phase 2 ; 그렇게 FGI 룸의 밤은 깊어만 가고
제가 첫 주에 배정받은 팀은 TSM 팀이었습니다. TSM 은 Tangible Social Media 의 약자인데, TSM 팀에서는 Digital Media 의 Tangibility 와 Social Interaction Level 을 고양시키는 System 에 대하여 연구를 진행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연구 보안상 ^^;;) 여기서 연구실 각 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연구실에는 세 개의 연구팀이 있으며, 각 팀에서는 메인 연구 과제에 대한 작업과 그 외 산학 협동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QOL, 즉 Quality Of Life 팀에서는 주로 노인의 QOL 을 향상 시키는 Media 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연구실 내에선 주로 노인 팀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PST 팀은 Positive Social Technology 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고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의 Project 를 참고해 주세요) 동시에 각 팀은 S 모 기업과 산학 협동으로서, KPI ; Key Performance Index 를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기업에서 만드는 제품 군에 대한 주요 UX 요소를 도출하고 그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여, 제품 평가 기준을 만드는 것 입니다. 이미 3차에 걸쳐 냉장고, 여러 전자 제품에 대한 UX 요소를 굉장히 정석적인 HCI 방법을 적용하여 도출해 내었고, (여기서 정석적이라는 건 우리가 HCI 개론에서 배우는 정성적, 정량적 연구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적용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는 우리 연구실에서 처음 시도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여름부터 진행하고 있는 KPI 프로젝트는 4차로서,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를 두는 KPI 2.0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음…. 대외비밀 입니다 ^^;; 전통적으로 서머 인턴으로 지원하는 인턴 연구원은 이 KPI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를 통해 정석적인 HCI 방법론의 실재적인 적용을 체험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KPI 프로젝트는 주로 여름 방학을 기준으로 시작되어왔기 때문에 아마 겨울에 지원하시는 분들은 각 팀이 메인으로 진행하는 연구 주제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첫 주에 배정된 TSM 팀에서는 TWEEN 세대 (TWEEN 세대란 낀 세대라는 의미로 어린이와 청소년 중간의 과도기를 겪는 세대, 우리나라에선 주로 초등학교 4,5,6 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한다고 보면 됩니다.)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KPI 가 무엇인지, 대체 무얼 하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던 저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한 주를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게다가 그 주 목요일에 KPI 를 시작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Kick-Off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실이 굉장히 분주했습니다. 쏟아져 들어 오기 시작하는 영어 논문들은 각각 랩미팅용, 팀 메인 연구에 대한 소개, KPI 대상 세대에 대한 연구 방법론 등을 주제로 하고 있었는데, 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데다가 논문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도 안 잡힌 상황이었고, 그 외 여러 팀미팅 참여, 수업 청강, 팀을 돕기 위한 보조 작업 등까지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첫 주는 카오스 속에 있는 듯 했습니다. 연구실 선배들을 붙잡고 이런 저런 질문을 많이 던지고, 혼자 HCI 랩 홈페이지를 뒤지며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조금씩 카오스가 정리되는 듯 했습니다. 인턴십에 지원하시는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라면, 일단 입실 하기 전에 자신이 앞으로 연구실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교수님과의 사전 면담에서 구체적으로 여쭙기 바라며, HCI 랩 홈페이지를 샅샅이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HCI 랩 홈페이지를 보면 현재 진행 되는 프로젝트라든가 연구원들 프로파일이 나와 있으며, 각 팀이 작성한 이전 논문의 Abstract 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알고 들어가면 연구실에서 저처럼 방황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코 누군가 이끌어 주리라고 기대하면 어려운 곳이 연구실 인 듯 합니다. 워낙 바쁘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연구실이기 때문에 뭐든 스스로 해 나간다는 마인드를 지니고 있어야 뒤쳐지지 않고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워낙에는 인턴 연구원들에게도 정규 연구원과 같은 자리를 제공 하지만 이번 서머 인턴은 평소보다 수가 많고 연구실 자리가 모자라 형평성 차원에서 모두 다같이 회의실(FGI 룸) 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HCI 랩 성격상 컴퓨터로 대부분의 작업이 이루어 지는데, 컴퓨터는 제공이 되지 않으므로 개인 랩탑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날 저녁엔 인턴 환영 회식을 가졌습니다. 연구실 선배들과 친분도 쌓고 앞으로 인턴 생활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에 있다 보면 회식을 할 일이 꽤 잦은데, 평소엔 같은 인턴이나 같은 팀 선배들과 주로 지내다 보니 회식에서는 다른 팀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둘째 날 부턴 본격적으로 인턴 생활이 시작 되었습니다. 인턴으로서 저에게 부여된 첫 임무는 트윈 세대의 핸드폰에 대한 의견을 알아 볼 수 있는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RA; Review Analysis 라고 불리는 일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인데, 실제로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인터넷 상의 리뷰들을 검토하여 전반적으로 유저들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 지를 살펴보고 향후 인터뷰 방향을 설정 하기 위한 것 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했지만, 인터넷 상에 리뷰를 올리거나 하는 일이 활발한 20대 층에 비해 초등학생들이 그러한 생각을 공유하는 장소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 이었습니다. 정보를 생산 하기 보다는 소비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한 세대이다 보니 그들 스스로 생산한 컨텐츠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포털 사이트의 지식 검색에 초등학생들이 핸드폰에 관하여 질문을 하는 일이 잦고, 이러한 글에 대한 댓글 역시 초등학생들이 답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초등학생들은 정보 검색에 서툴고, 의존도가 높다보니 지식 검색을 통해서 누군가가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을 더 선호하며, 그러다 보니 지식 검색 자료가 의미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발견한 사실에 격앙된 저는 의욕이 갑자기 생겨 네이버 질문과 답변을 분석해서 초등학생들이 가진 핸드폰에 대한 니즈를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처음 맡겨진 일인 만큼 제가 기대 받는 것 보다 더 좋은 자료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잠도 잊고 연구실에서 밤을 꼬박 새며 100여개의 네이버 지식 검색 결과를 분석하고 PT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쓴 글 중에서 UX 요소라고 생각 되는 것을 종이에 기록하고, 그것들이 나온 빈도만큼 체크를 하여 도식화 하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그때 당시 나름대로의 ‘오픈 코딩’ 이라는 것을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것이라고 부르긴 어렵겠지만요. 아무튼 다음 날 팀미팅 시간이 왔고, 전 제가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교수님 앞에서 발표를 할 수 있었고, 교수님 께서는 포털 지식 검색을 활용한 RA 작업에 긍정적인 코멘트를 해주셨습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느라 몸이 고생이었지만, 연구실에서 느낀 첫 성취감을 선사해준 일이었습니다. 사실 사소한 이런 일을 이렇게 길게 쓴건, 이렇듯 연구실에서 인턴으로서 생활하며 반드시 선배들이 시킨 일에만 얽매일 이유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물론 선배들이 도움을 요청한 일을 100% 완수하는 것은 당연한 최소 요건 이지만 인턴이라고 해서 자신의 시각이 도움이 안되거나 미미한 존재 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지 말고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는 확신이 들면 적극적으로 움직여 보는 것도 자신 뿐 아니라 연구실의 연구 자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저의 지식검색 활용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
Phase 3 ; 분홍색 맛보기 숟가락
B 모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면 분홍색 숟가락에 아이스크림을 덜어서 맛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처음 그 가게에 가서 맛보기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을 땐 상당한 센세이션 이었습니다. 뭔가 고르는 데 있어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곤 하는 제게 31가지의 선택 사항이란 상당한 고충이었는데, 맛보기를 통해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를 줄여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턴 생활의 첫 3주는 이렇게 맛보기와 같습니다. 비록 많은 선택권이 있는 건 아니지만, 3주 동안 한 주씩 각 팀에서 그 팀의 연구 주제를 맛보기처럼 체험한 뒤, 3주 후엔 자신이 원하는 팀이 어디인지를 선택해야 하고, 비교적 자기 의지대로 자신이 들어갈 팀을 선정 할 수가 있습니다. 그 외 변수라면 너무 한 팀에 많은 인턴이 몰린다든가, 인력이 모자란 팀이 있다든지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요, 대개는 자신이 원하는 팀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십니다. 팀을 고를 때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을 수 있을 텐데요, 자신이 관심 있는 연구 분야, 팀원과의 결속, 주어지는 일의 난이도 등이 있을 것 입니다. 저는 사실 세 팀 모두에 흥미가 있어 저를 불러주는 팀에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다른 인턴들의 변덕(?) 에 이리저리 팀을 옮겨 배정 당하다가 결국 TSM 팀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TSM 팀은 제가 인턴 생활의 첫 주를 시작한 팀이었기 때문에 또 나름의 애착을 갖고 있었고, Tangible Media 에 관심도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배정 이었습니다. 3주간의 탐색 과정에서 전 TSM 팀 -> PST 팀 -> 노인 팀의 순서로 소속이 되어 각 팀의 연구를 배우고, KPI 정량 조사를 위한 RA 와 전문가 인터뷰, 파일럿 테스트 등의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인성 박사님의 HCI 개론 수업을 청강 하였습니다. (계절학기였기 때문에, 4주차 정도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각 팀의 팀미팅에서 한번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있었구요, 2주차 랩미팅에선 CHI 학회의 컨퍼런스 논문을 정리하여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제가 맡았던 것은 Facebook 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던 논문 이었는데, Facebook 이 지금처럼 성공하기 전부터 시행 되었던 연구 였기에 상당히 흥미로운 논문 이었습니다. 그 3주간 15편 이상의 영어 논문을 접하였는데, 모두 정독하진 못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논문을 대하는 저 나름의 프레임워크가 형성되어 가는 중이었습니다. 논문 읽기는 다른 텍스트 읽기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띄기 때문에 처음 접하게 되는 경우 어려움을 겪기 쉽습니다. 논문을 읽을 때 있어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연구 목적, 연구 방법, 연구 결과, 이 연구가 우리 연구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언급한 우리 연구에의 Implication 에 대한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논문을 읽어야 다 읽고 났을 때 ‘내가 뭘 읽은 거지?’ 하고 벙 찌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정신없는 연구실 체험 3주가 지나가고 드디어 연구실 인턴 생활의 Main Part 의 시작인 4주차가 밝아 왔습니다.
Phase 4 ; 위기
8주,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기간입니다. 하지만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짧은 기간일지라도 인간을 고난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군대에 입대 했을 때 처음 거쳐야 했던 논산 훈련소의 5주는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이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이었기에 당시의 저에게는 Miserable Life 그 자체였었습니다. 인턴 8주도 상당한 고난이 따르는 데, 학교나 슬슬 다니면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시간보단 노는 시간이 더 많았던 저로서는 갑자기 쓰나미 처럼 밀려오는 숨가쁜 일상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야 하는 부담, (학교 근처에 살면서도 1교시가 싫어서 오후 수업만 넣던 저였습니다.)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모호한 1주일의 구성, (월요일 랩미팅으로 인해 뚜렷하게 구분되긴 합니다만), 도무지 예측 불가능한 퇴근 시간, (대충 11시 정도로 예측하고 있으면 가끔은 일찍 끝났다고 좋아할 때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일주일에 한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팀 미팅은 매번 저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주범이었습니다. 그건 저의 안일했던 마음가짐에 기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인턴으로서 본 팀에 소속되었을 때 전 인턴으로서 저의 역할을 연구 보조 정도로 한정 짓고 있었기에, 제가 해야 할 일을 Low Level 의 작업이나, (가령 인터뷰를 하고 난 뒤의 스크립트를 작성 한다 던가, 아 물론 이런 것도 도맡아서 해야 하긴 합니다 ^^;;) 연구를 배우는 수준의 작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TSM 팀에선 저를 한 명의 동등한 연구원으로 바라보고, 그 정도 수준의 작업을 해주길 기대했고, 이러한 괴리는 저를 책임감의 부재로 이끌기도 하였습니다. 뭔가 말이 복잡해 지는 것 같기도 한데, 가령 팀 미팅 직전까지 논문을 읽고 그 안에서 우리 연구의 프레임 워크에서 한 축을 담당할 만한 system feature 를 찾아 오는 과제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라는 판단을 내려 버린 저는 그 과제를 완료 하는데 실패하였고 이는 우리 팀 전체의 성과에 나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날 팀의 리더인 차라 선배와의 개인 면담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졌고, 차라 선배의 질문은 제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를 동등한 팀원으로 바라보고 일을 배분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낮은 레벨의 인턴으로 바라봐서 단순 작업만 하게 둘지 저 스스로 결정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하였습니다. 상대방은 저를 높은 기대치로 바라보았는데, 전 그 기대치를 넘기는커녕 그보다 한참 못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전체 팀에 피해까지 끼치게 되다니, 어디 숨을 곳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당연히 앞으론 제대로 해 보이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제서야 저 스스로를 두어야 할 위치를 찾게 된 저는 인턴 생활 중반 자칫 해이해 질 뻔한 위기를 넘기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여러분께 말씀 드리는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 했든 인턴 연구원으로 들어오더라도 자신을 낮게 바라보지 말고 연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존재로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모든 것에 임해야 어떠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구실 생활 자체가 편해진다는 것입니다. 교수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게 하는 편이 인턴 생활 중의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
Phase 5 ; 역대 최고 더운 여름
올해 여름은 체감하기에 역대 최고로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남자분들이라면 대부분 군에 있었을 때가 최고로 더운 여름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전 카투사 출신이었기 때문에 냉방을 중시하고 더위를 무서워하는 미국인 특성상 에어컨을 너무 심하게 틀어서 냉방병에 걸릴 지경의 군생활을 보냈었습니다. (자랑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인턴 생활의 여름은 정말 덥게 느껴졌습니다. 여름 휴가를 못 갔기 때문에? 연구실이 더워서? 매일 아침 수십 km 행군길 처럼 느껴지는 정문에서 대우관 까지의 거리를 걷는 게 힘들어서? 물론 이러한 것들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저를 더위 먹기 직전까지의 상태에 빠트린 건 초등학생 창의력 경진대회 리크루팅 이라는 미션 이었습니다. 우리 연구원들끼리도 헷갈리는 것이지만, 이 창의력 경진대회를 처음 발의 하신건 교수님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KPI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초등학생을 인터뷰 해야 하는 데, 초등학생의 경우 이러한 인터뷰 리크루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S 모 기업과 연세대학교 창조경영센터 이름으로 어린이 창의력 경진대회 같은 걸 해서 그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도 하고, 아이들 창의력도 살펴보고, 그에 대한 혜택도 아이들에게 제공하자는 아주 좋은 취지에서 시작 된 것이 경진대회였습니다. 초반 준비는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습니다. 즉석에서 연구원끼리 머리를 모아 ‘내가 디자인 하는 나만의 Dream Phone’ 이라는 경진대회 이름도 만들고, 나름대로 상 이름 이라든가 부상 목록, 경진대회 과정 등을 만들어 S 모기업의 홈페이지에 게시하였습니다. 어려움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촉박한 연구 일정 상 1주일 안에 최소 30명 정도의 아이들을 모아야 했는데, 저희 연구 방법론이 친구와 짝을 지어서 인터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반드시 아이들이 친한 친구끼리 접수를 해야 하는 제약까지 있었습니다. 이전에 여러 공모전을 해보았던 S 모 기업 측에서도 아마 힘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저희에게 의욕(?)을 불어 넣어 주시기 위해 한 1000명만 모집해 보라는 농담도 건네셨습니다. (진심이셨을지도 모릅니다만 ^^;;)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온라인 홍보를 위한 커뮤니티 리스트업 이었습니다. 아이들 혹은 학부모님들이 자주 들어올 만한 사이트들을 리스트업을 했는데, 어린이 게임 커뮤니티에서부터 젊은 엄마들이 자주 찾는 홈데코 사이트 까지 온갖 카페와 블로그에 홍보성 글을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나라 커뮤니티들의 특징 중 하나인 등업제도! 등업을 하지 않으면 글을 올릴 수 없는 제약 때문에 각종 인사말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글에 댓글 몇 개이상 달아야하는 등 속된 말로 삽질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 컴티 홍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학교와 학원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홍보가 그 다음으로 이루어 졌는데요. 어림잡아 2천장에 가까운 브로슈어를 인쇄해서 무작정 학교 근처 연희동 에서부터 홍보를 시작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홍보를 시작하기 이틀전 초등학교가 방학을 시작해 버렸고 그에 맞춰 저희가 홍보를 시작 했을 때는 많은 학원들이 자체 방학에 들어간 시점이었습니다. 덕분에 헛걸음을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학교는 그나마 수월했습니다. 아이들이 별로 없긴 하지만 요즘 생긴 방과후 수업이라는 제도 덕에 상당수 아이들에게 홍보물을 뿌릴 수 있었고 선생님들 께서도 꽤나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문제는 학원 이었는데요, 일반적으로 잡상인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곳이 학원이라 그런지 들어갈 때부터 싸늘한 눈길을 받으며 홍보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쫓겨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일주일 정도를 그렇게 잡상인 노릇을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너무 덥고 힘들었지만 (당시가 가장 덥다는 팔월 초 였습니다.) 군대 신병 시절 이후로 처음 당해보는 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인 잡상인 대우를 지속적으로 받다 보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 기분이었습니다. 후반에는 그냥 막무가내로 공원이나 공터 같은 곳에 가서 아이들을 붙잡고 팜플렛을 나누어 줘보기도 했고, 패스트푸드 점에 가서 그곳에 모여 있는 어머니들에게 가서 홍보를 하다가 점원에게 쫓겨나 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리크루팅은 지지부진하게 이루어 졌습니다. 실시간으로 YPM 사이트를 통해 지원자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5일째가 되어도 지원자가 2~3명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너무 먼곳에 떨어져 있거나, 잘못 응시한 젊은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점점 초조해져가기 시작한 우리 팀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적 모교에도 찾아가 보고, 초등학교 때 다니던 미술학원에도 방문해 보았으며, 주말엔 시립미술관에 아이를 동반하여 찾아온 학부모님들께 직접 설명과 함께 연락처까지 받아서 참가를 유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10 여일을 리크루팅에 쏟은 결과 저희는 겨우 애초에 목표했던 30명의 인원을 모집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4,5,6 학년에 고루 분포해 있었고 지역도 흩어져 있어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집단을 형성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들의 경진대회는 막을 올렸습니다.
Phase 6 ;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경진대회는 사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습니다. 고작 4명의 인원으로 2주정도의 기간에 30명의 그것도 팀 단위로, 바쁜 초등학생들의 지원을 이끌어 내고, 각 팀마다 총 2번씩의 인터뷰 및 아이디어 도출 과정을 하기 위해 두 명의 인터뷰어가 각각의 팀과 직접 약속을 잡고 아이들의 집근처로 방문을 해야 했으며, 최종적으로는 학부모님들이 납득할만한 그럴싸한 경진대회를 제공해야 했고, 그 중간 중간에 아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여 저희 팀이 지향하는 트윈 핸드폰의 UX 요소를 도출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경진대회 이틀 뒤가 정량적 분석이 마감되고, S 모기업 관계자들을 모시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 대한 진행과 결과물에 대한 정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교수님이 평소 강조하시는 선무당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지도 모릅니다.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웠고,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어려울지도 몰랐기에 무작정 해 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결국 우리는 아마도 공식적인 대회로는 처음일 산학협동으로 주관한 어린이 핸드폰 디자인 경진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리크루팅을 마감하고 나서 부턴 아이들과의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인터뷰 자체가 일이었던 저희는 모든 시간이 다 비어있었던 반면에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서 약속 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아이들과의 시간을 조율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저로선 제가 주도하는 첫 인터뷰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습니다. Contextual Inquiry 라는 것이 인터뷰 대상이 기기 사용에 친숙한 환경에 직접 가서 인터뷰를 하는 것인데, 아이들의 환경이라는 것이 주로 집 아니면 학교, 학원 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아이들에게 친숙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패스트 푸드 점에서 주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음이 심하고 주변 환경의 변화가 잦아 아이들의 집중력을 일관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특성 상 한가지 주제에 대하여 깊게 대답을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하면 네, 아니오 로 대답 하는 경우가 많았고, 뭔가 키워드가 될 만한 답변이 나왔다고 생각되어 그에 대한 추가 질문을 하면 ‘그냥’ ‘재밌어서’ ‘몰라요’ 이런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쥐어줘 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게 하기도 하였으며, 아이들만 두고 잠깐 자리를 비워 보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한 저희는 결과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다른 세대에선 찾아 보기 어려운 니즈를 도출해 낼 수 있었고, 아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함과 엉뚱함으로 그러한 니즈를 재미있게 표현해 주었기에 우리의 연구를 진행 시키는 데 있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자료를 정리하여 컨셉을 도출한 뒤 바로 다가온 것이 경진대회 개최 였습니다. 쉽게 생각했던 경진대회 였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S 모기업과 연세대학교의 이름을 걸고 하는 대회인 만큼 어설프게 진행할 순 없는 노릇이었고, 그리하여 팀원 4명이 총 동원 되어 경진대회 프로그램 짜는 것부터 시작하여, 재료 구입, 배너 만들기,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법 등 여러 세부 사항을 세세하게 기획하고 준비하였습니다. 경진대회는 S 모기업 사옥에서 진행되었는데, 당일엔 우리 팀 4명 만으로는 모자랄 것 같아 인턴 연구원 전원이 참여하여 일을 도왔습니다. 경진대회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신의 핸드폰에 대한 컨셉을 설명하는 ‘Creative Mind Mapping’ 세션, 직접 자신의 컨셉을 바탕으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보는 ‘Prototyping’, 마지막으로 작품을 직접 설명하고 심사를 위한 UCC 촬영을 해보는 시간으로 구성 되어있었습니다. 세 개의 세션으로 구성 되어 있다 보니 꽤나 장시간 동안 아이들을 대해야 했지만, 모든 연구원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고, 작업에 집중 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다행히 한 팀도 빠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제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으며, 후일 저희의 KPI 프로젝트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Phase 7 ; 야구가 뭐길래
이제까지 제가 연구실에서 했던 일 중에서 KPI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설명 드렸는데요, 사실 연구실의 팀들에서 하는 일 중에서 각자가 메인 프로젝트를 외부기관의 협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메인 프로젝트가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임은 당연한 일이구요. KPI는 말씀 드렸다시피 정석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여 결과를 도출하면 되는 프로젝트 이지만, 각 팀의 메인 프로젝트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고달픈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 새로운 것이 아무 근거가 없으면 안되기 때문에 수많은 실험 이라든가 문헌조사 같은 것이 뒷받침 되어주어야 하구요. 제가 속했던 TSM 팀에선 Tangible Social Media 를 통해 야구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건 대외비밀^^;;), 제가 부산 출신이고 롯데의 열성적인 팬이다 보니, 오히려 야구 시스템을 연구하는 연구원들 보다 야구에 있어서는 해박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뭐든지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싫어 진다고 하던가요, 야구 중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여러 매체의 야구 중계들을 보면서 분석하고, 심지어는 야구 경기 촬영을 위해 캠코더 세 개를 들고 인천 문학경기장 까지 홀몸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야구만 갖고 하루 종일 궁리를 하다 보니 그렇게 좋아하던 야구가 지겨워질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순간도 많았습니다. 당시는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구상 하기 이전에 연구의 전체적인 프레임 워크를 다지는 단계였는데, 저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저의 아이디어가 프레임 워크의 한축을 담당하는 컨셉으로 설정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팀미팅 전날에는 미처 완성 시키지 못한 프레임 워크를 완성시키기 위해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하기도 하였고, 그렇게 하여 겨우 마무리 되어 진 내용을 뒷받침 하기 위해 밤새 논문을 읽고 정리하여 다음날 교수님께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KPI 때문에 너무 바빠서 팀미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전날 밤 10시부터 부랴부랴 준비를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팀미팅 결과가 나와서 우리는 자체적으로 그걸 ‘팀미팅의 기적’ 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 이렇듯 연구실에서의 생활은 여러 프로젝트를 중복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가지 일에만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 나가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연구실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관건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인턴 연구원에 불과하지만, 한때는 경진대회 준비, KPI 인터뷰, 중계시스템 연구 보조, MIT 미디어랩 워크샵 패널 인터뷰, HCI 교재 개정판 작업 등 제 능력 밖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맡기도 했으나, 또 어떻게든 하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이 당시엔 개인적인 삶이라는 것은 거의 포기를 해야 했습니다만;;) 그냥 듣기만 해서는 너무 힘든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산출물들이 나오게 되는 곳이 연구실이며 인턴으로서 저는 두달 동안에 텅텅 비어있던 이력서의 경력 부분이 순식간에 채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Work Load 가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하위 단위에서 단순한 잡스러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기 일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고, 또한 그러한 것들이 자기발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연구실에서 부여되는 많은 일들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연구실에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들을 떠올리자면 같은 팀 선배들과 밤새 연구주제에 관한 논의를 하고 각자 일을 맡아 그것이 모여 성공적인 팀미팅을 하고, 제 자신이 프로젝트에 완전히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예를 들어 발표를 하거나 좋은 코멘트를 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굉장히 보람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팀의 메인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연구 보안을 위해 자세한 사항은 쓰지 않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인턴 지원을 하셔서 TSM 팀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 아, 인턴 연구원이 메인프로젝트와 KPI를 동시에 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연구실 상황이나 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이런 것들인데, 저 말고 다른 팀의 인턴의 경우 KPI에 좀 더 충실하고 메인 프로젝트는 또 다른 인턴이 참여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Phase 8 ; Sharing Experience, MIT 미디어랩 워크샵
연구실에 있다 보면 교수님과의 미팅이나 수업뿐 아니라 여러 특강이라든가 세미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보통 학교에서 이런 저런 세미나들이 자주 열리는 것을 지나치면서 보게 되는데, 실제로 그곳에 참여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러나 연구실에 있다 보면 가끔은 의무적일 때도 있고, 또 연구실 단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좋은 세미나나 특강에 참여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있을 때만 해도 몇 번의 HCI 관련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 외에도 연구실에서 주최하는 여러 특강에 참여했습니다. 특강의 장점은 연구실에선 체험하기 힘든 현장의 시각이라든가 다른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알 수 있어서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학제적 융합연구가 다른 어떠한 학문 보다도 중요한 HCI 분야에서 폭넓은 시야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시는 바 일 것입니다. 연구실에 있으면서 참여한 대외 활동 중 가장 큰 것은 MIT 미디어랩의 한국인 박사과정 연구원들이 한국에 와서 개최한 Sharing Experience 컨퍼런스와 워크샵 이었습니다. 총 1주일에 걸쳐 진행 되는 컨퍼런스와 워크샵 일정이었고, 하필 KPI 연구가 정점으로 치닫는 단계였기 때문에 연구실 입장에선 인턴들의 자리가 비면 부담이 큰 상황이었지만, 교수님께서 인턴들에게 기회를 주셔서 굉장히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교수님께서 컨퍼런스에서 패널 디스커션을 하시고 그들의 일 진행에 도움을 많이 주셨기 때문에 저희는 부족한 능력 이었지만 교수님의 배려로 정말 좋은 경험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미디어랩 워크샵은 여러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여러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며 프로젝트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일상에서 활용가능한 Robotics Service를 기획해 보는 프로젝트팀에 참가하여, 기부로봇 Dona 를 컨셉 단계 까지 만들어 보았는데,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연구실에 있다보면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는데, 연구실 일이 바빠서 모두 참가하기는 어렵지만 관심이 있고 의지가 있다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hase 9 ; Human-Human Interaction
우리는 Human Computer Interaction 을 연구하지만 어느 곳이나 그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즉 관계는 항상 중요합니다. 연구실은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마감과 팀미팅의 압박에 항상 시달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stressful 해지기 쉬워지는 곳 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교수님 께서도 항상 강조하시는 곳이 연구원들 사이의 융화 입니다. 연구실 내규에서도 그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이 생기는 것을 연구실에선 경계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단 두 달간의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작은 공간에 모여 북적이며 부딪히는 곳이다 보니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 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과 가치관이 잘 맞지 않아 쉽게 충돌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대화로 문제를 해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안 좋은 감정을 쌓아 두어봤자 내일 아침이면 당장 얼굴을 맞대야 하는 것이 연구원들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인 일들이 가끔 발생하기도 하지만 연구실 분위기는 대체로 (항상? 이라고 말 해야 되려나요^^;;) 화목합니다. 힘들긴 하지만 어차피 다들 같은 운명을 지닌 공동체 이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며, 재미있는 일도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저희 기수에서는 인턴 연구원이 많았고 각자 개성이 매우 강해서 웃기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서로 별명도 짓고 짓꿎은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울며 웃으며 보낸 FGI 룸에서의 두달은 정말 좋은 추억입니다. 가끔 몰래 연구실 밖에서 모여 푸념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했던 인턴 회식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 인턴 회식은 언제일지 벌써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턴 기간은 처음 연구실에 적응 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렇게 정신건강의 쇠약해짐이 극도로 치달을 때 즈음이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교수님께서 밥을 사주십니다. 그렇게 교수님과 인턴들이 같이 앉아 밥을 먹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연구실 생활에 대한 건의사항을 제안하기도 하며, 자신의 커리어 패스에 대해 고민 사항을 교수님께 털어 놓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저희의 정신적 지주이시자 현자이신 교수님께서는 친절하고 자상하게 저희를 구원 해주시곤 합니다. 일종의 연료 충전인 셈이죠 ^^;; 연구원들과의 친분도 인턴생활에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처음에는 선배라는 점 때문에 가까이 하기 어렵고, 좀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어떤 조직이든 그렇듯 초반엔 그랬던 것이 나중엔 편하고 좋은 형 누나 같은 관계가 되곤 했습니다. (사실 제가 좀 스스럼이 없는 편이라 다른 선배들이랑 편하게 지냈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특히 우리 팀이 었던 선배들과는 모두 정말 가까운 형 누나 사이로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상윤 선배와는 공유하는 문화 같은 것이 비슷한게 많고 둘다 술을 좋아해서 잘 맞았고, 한주 선배와는 둘이서 팀의 막내로서 (누나는 공식 막내, 저는 비공식 막내) 처지가 같았기 때문에, 리크루팅 때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하루의 피로를 삼겹살에 소주로 풀기도 하였고, 차라 선배는 연구실에서 엄격함과 자상함을 동시에 가진 리더로서 저의 연구실 생활의 멘토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선배들이 없었다면 저의 인턴생활은 이렇게 많이 배우고 가는 시간이 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렇듯 연구실에 있게되면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사람들, 다양한 집단과의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이러한 상호작용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Phase 10 ; The Climax
자 이제 저의 연구실 인턴 생활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연구실 생활의 절반은 피티를 준비하고 실제 발표를 하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일로 이루어 졌던 것 같은데요, 그러한 피티 중에서 가장 절정이었던 것은 직접 S 모기업에 방문하여 우리가 했던 KPI 연구 중간보고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례적으로 교수님께서는 인턴 연구원에게 발표를 할 기회를 주셨고, 디자인경영센터의 임원진 분들을 포함하여, 여러 S 모기업 관계자분들 앞에서 이렇게 큰 발표를 하는 것은 제 삶에서 처음 있는 경험이며, 가장 큰 이벤트 였기에 무척 많이 긴장이 되었고, 동시에 큰 설레임 이었습니다. 트윈세대에 대한 발표를 하기에 조금 키치한 느낌을 살리려 분홍색 셔츠에 붉은색 타이를 매는 등 복장에도 무척 신경을 쓰고 S 모기업 본사 사옥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발표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긴장이 되어 목소리가 떨리기도 하였으나, 참석한 관계자분 들께서 호의적으로 발표를 들어 주셨고, 제가 두 달간 열과 성을 다 바친 결과물을 설명 드리다 보니 일종의 Flow 같은 것이 생겨서 기대했던 것 보다 즐겁게 발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발표가 끝나니 드디어 인턴 생활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정말 큰 뿌듯함이 찾아왔습니다. 인턴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발표를 끝내고 다같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프로젝트를 위해 했던 여러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참 세상에 안되는 일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생스러운 만큼, 성취와 그로 인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연세대학교 HCI 랩입니다.
에필로그
긴 소감문을 마무리 하면서 시간은 다시 마지막 회식 날로 돌아갑니다. 교수님 께서 즉석으로 던지신 소감문 작업이 참 길어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해서 저의 두 달을 돌이켜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언급을 못한 것이라면 본래는 인턴 연구원은 끝나기 직전 시험을 봐야 하는 데, 교수님이 내신 문제를 직접 자필로 자신이 생각하는 HCI와 직접 했던 프로젝트를 실증적으로 접목시켜 풀어야 합니다. 굉장히 어렵고 힘든 시험이라고 들었는데, 저희 기수는 교수님께서 HCI 개론 책 개정 작업을 하시는 바람에 그 작업을 도와드리느라 시험은 보지 않았습니다. 아직 못 마친 부분이 살짝 남아서 이 소감문을 어서 마무리하고 남은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아마 다른 인턴 분들은 그 시험을 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했든 이제 소감문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두달 이었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저를 발견해 주시고, 이끌어주신 김진우 교수님,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HCI 랩 선배님들, 그리고 항상 곁에 있으며 큰 힘이 되어준 인턴 연구원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기나긴 글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9월 7일 월요일 아침 煎 연세대학교 HCI LAB 서머 인턴 연구원 이필성






잘 읽었습니다. 글자 하나하나에 열정과 노고가 스며들어 있는듯 하군요! 정말 멋진 경험을 한것에 부럽기도 하고 나태해 있는 자신에게 좀더 분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글이었습니다.
근데 이분 왜 지금 연구원으로 없는거죠-ㅅ-? 다른일 하시낭?;;
그러게요;;
고생스러운 만큼, 성취와 그로 인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글 쓰신 분은 계속 남아있고 싶지는 않으셨나;;